사회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재정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미션은 분명한데 돈이 부족하거나, 후원금은 들어오는데 어디에 쓸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거나, 회계 장부는 복잡하고 세무 신고는 막막하다. 재정 관리가 부실하면 좋은 의도로 시작한 조직도 흔들린다. 이 글은 사회조직이 건강한 재정 구조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을 다지는 방법을 실무 중심으로 다룬다.
재정 건전성은 왜 중요한가?
재정이 불안정하면 모든 게 흔들린다. 직원 급여를 제때 못 주면 인재가 떠나고, 프로젝트 예산이 부족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후원자도 등을 돌린다.
반대로 재정이 안정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여유가 생기고, 구성원들에게 적정한 보상을 제공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재정 관리는 단순히 돈을 아끼는 게 아니라,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투명성도 중요하다. 후원자나 정부 지원금을 받는 조직은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명확히 보고해야 한다. 회계가 깔끔하면 신뢰가 쌓이고, 다음 지원을 받을 때도 유리하다.
수입원은 어떻게 다양화하는가?
하나의 재원에만 의존하면 위험하다. 특정 후원자가 지원을 중단하거나, 정부 사업이 종료되면 조직이 위기에 빠진다.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게 답이다.
가장 흔한 재원은 후원금이다. 개인 후원자와 기업 후원자로 나뉜다. 개인 후원은 금액은 작지만 안정적이다. 정기 후원자를 확보하면 매달 예측 가능한 수입이 생긴다. 기업 후원은 금액이 크지만 지속성은 약하다. 기업의 CSR 정책이 바뀌면 끊길 수 있다.
정부 지원 사업도 주요 재원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사회조직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나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공모 경쟁이 치열하고, 보고 의무가 까다롭다.
자체 수익 사업도 고려한다. 제품 판매, 교육 프로그램 운영, 컨설팅 서비스 제공 등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처음에는 수익이 크지 않아도, 장기적으로 조직의 자립도를 높인다.
크라우드펀딩도 선택지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대중에게 소액 후원을 받는다. 성공하면 재원 확보와 홍보 효과를 동시에 얻는다. 다만 캠페인 기획과 마케팅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산은 어떻게 세우는가?
예산은 조직의 계획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감으로 짜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먼저 수입 계획을 세운다. 작년 실적을 참고하되, 현실적으로 조정한다. 과도하게 낙관적인 수입 계획은 나중에 문제를 일으킨다. 보수적으로 잡되, 새로운 재원 확보 노력은 별도로 표시한다.
지출은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눈다. 고정비는 인건비, 임대료, 통신비처럼 매달 일정하게 나가는 비용이다. 변동비는 프로젝트별로 달라지는 비용이다. 고정비를 먼저 확보하고, 나머지로 변동비를 계획한다.
예비비도 꼭 남긴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항상 발생한다. 전체 예산의 5~10%는 예비비로 책정하는 게 안전하다.
예산안은 이사회나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는다. 투명한 절차를 거치면 나중에 집행할 때 논란이 줄어든다. 승인된 예산은 모든 구성원에게 공유한다.
일상 회계는 어떻게 처리하는가?
회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기본 원칙만 지키면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거래를 기록하는 것이다.
영수증이나 거래 증빙은 반드시 보관한다. 나중에 세무 조사를 받거나, 후원자에게 보고할 때 필요하다. 종이 영수증은 사진으로 찍어 디지털로도 백업한다.
회계 프로그램을 쓰면 편하다. 엑셀로도 가능하지만, 전문 프로그램이 정확하고 빠르다. 더존, 더엔터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이나, 사회조직 특화 회계 솔루션도 있다. 클라우드 기반 프로그램을 쓰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
입출금은 가능한 한 계좌 이체로 처리한다. 현금 거래는 추적이 어렵다. 법인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면 자동으로 거래 내역이 남는다.
매달 결산을 한다.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고, 예산 대비 집행률을 확인한다. 예산을 초과하는 항목이 있으면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한다.
회계 담당자 교육
회계 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담당자를 정하고,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나 회계법인에서 운영하는 실무 교육이 도움이 된다.
담당자 한 명에게만 맡기지 말고, 대표나 사무국장이 정기적으로 검토한다. 견제와 균형이 있어야 오류나 부정을 방지할 수 있다.
세무 신고는 어떻게 하는가?
사회조직도 세금 신고 의무가 있다. 비영리라고 면제되는 건 아니다. 조직 형태에 따라 요구 사항이 다르다.
법인세 신고는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한다. 수익 사업이 있으면 법인세를 내고, 비수익 사업만 하면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면제를 받으려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부가가치세 신고는 수익 사업이 있을 때 필요하다. 1년에 2번, 6개월마다 신고한다. 면세 사업자라면 부가세 신고는 안 해도 되지만, 사업자등록은 해야 한다.
원천징수는 직원에게 급여를 줄 때마다 처리한다. 급여에서 소득세와 주민세를 공제하고, 다음 달 10일까지 세무서에 납부한다. 이걸 놓치면 가산세가 붙는다.
세무는 복잡하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세무사와 계약하면 신고 대행뿐 아니라, 절세 방법도 조언받을 수 있다. 비용이 부담되면 프로보노 세무사를 찾거나, 지역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무료 자문을 활용한다.
재정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무리 잘 관리해도 위기는 올 수 있다. 주요 후원자가 떠나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거나,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위기가 오면 먼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다. 현재 보유 자금으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어느 항목을 줄일 수 있는지, 긴급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무엇인지 점검한다.
지출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불필요한 비용부터 끊는다. 사무실을 축소하거나, 외부 용역을 줄이거나, 장비 구매를 미룬다. 다만 핵심 사업이나 인건비는 최대한 보호한다.
수입을 늘리는 노력도 병행한다. 긴급 모금 캠페인을 벌이거나, 단기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다. 이사회나 자문위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구성원들과 투명하게 소통한다. 상황을 숨기면 불안과 루머가 퍼진다. 어려움을 솔직히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 구성원들이 이해하면 일시적인 희생도 감수한다.
재정 보고는 어떻게 하는가?
재정 투명성은 신뢰의 기초다. 정기적으로 재정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내부 보고는 매달 또는 분기마다 한다. 이사회나 운영위원회에 수입과 지출 현황, 예산 집행률, 주요 변동 사항을 보고한다. 숫자만 나열하지 말고, 의미를 해석해서 전달한다.
외부 보고는 후원자와 정부 지원 기관에 한다. 후원자에게는 뉴스레터나 연례 보고서로 재정 사용 내역을 공유한다.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보여주면 후원자들이 자신의 기여를 실감한다.
정부 지원 사업은 정산 보고가 필수다. 지출 증빙을 첨부하고, 사업 성과를 작성한다. 기한을 놓치면 다음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으니 주의한다.
홈페이지에 재무제표를 공개하는 조직도 많다. 대규모 후원을 받는 조직일수록 투명성 요구가 크다. 공익법인 회계 공시 시스템을 활용하면 공개가 수월하다.
적립금은 어떻게 관리하는가?
흑자가 나면 적립금으로 쌓는다. 적립금은 조직의 안전망이다. 위기가 왔을 때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적립금 목표는 고정비의 6개월치 정도가 적당하다. 인건비와 운영비를 6개월간 커버할 수 있으면, 갑작스러운 수입 중단에도 대응할 여유가 생긴다.
적립금은 안전한 곳에 보관한다. 고위험 투자는 피하고, 예금이나 적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택한다. 수익률보다 안정성이 우선이다.
적립금 사용 기준도 정해둔다. 어떤 상황에서 쓸 수 있는지, 누가 결정하는지 규정으로 만든다. 그래야 함부로 쓰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위해
재정 관리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노력과 개선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재정 상태를 점검한다.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작년과 비교해서 어떤 지표가 나아졌는지, 나빠졌는지 확인한다.
재정 관련 지식을 업데이트한다. 세법이 바뀌거나, 새로운 지원 제도가 생기거나, 효율적인 회계 도구가 나올 수 있다. 관련 교육에 참여하고, 동료 조직과 정보를 교환한다.
재정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좋다. 이사회 내에 재정 전문가를 포함시켜 자문을 받는다.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이 도움이 된다.
재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하지만 수단이 튼튼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건강한 재정 구조는 사회조직이 오래, 멀리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