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직 협력이 만드는 실질적 변화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자원의 한계에 부딪힌다. 인력은 부족하고, 예산은 빠듯하며,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다른 조직과 협력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각자 가진 강점을 나누고, 약점을 보완하며,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일을 해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사회조직 간 협력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시작하며, 실제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협력은 왜 선택이 아닌 필수인가?

사회문제는 복잡하다. 한 조직이 모든 해법을 가질 수 없다. 예를 들어 청년 실업 문제를 다룬다고 하자. 직업 훈련을 제공하는 조직, 취업 연계를 돕는 조직,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조직이 각각 따로 움직이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들이 협력하면 청년 한 명에게 통합적인 지원이 가능해진다.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도 협력은 합리적이다. 여러 조직이 같은 행정 업무를 중복해서 처리하는 건 낭비다. 회계, 법률 자문, IT 시스템 같은 백오피스 기능을 공유하면 각 조직은 본연의 미션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신뢰도 중요한 요소다. 정부나 기업이 지원금을 집행할 때, 단일 조직보다는 여러 조직이 연합한 컨소시엄을 더 신뢰한다. 협력 실적이 있는 조직은 프로젝트 수주에서도 유리하다.

어떤 조직과 협력해야 하나?

아무나 손잡는다고 협력이 되는 건 아니다. 몇 가지 기준을 두고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

첫째는 가치의 일치다.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이 근본적으로 다르면 협력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 완전히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해야 한다.

둘째는 상호보완성이다. 서로 비슷한 일을 하는 조직끼리 협력하면 시너지가 적다. 오히려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조직이 만나야 1+1이 3이 된다. 한쪽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다른 쪽은 정책 연구에 강하다면 좋은 조합이다.

셋째는 실행 역량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조직과는 오래 갈 수 없다. 과거 프로젝트 이력, 재정 건전성, 인력 구성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사회적가치연구원 같은 중간지원조직을 통하면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찾기 수월하다. 이들은 다양한 조직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어 매칭을 도와준다.

협력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처음부터 거창한 프로젝트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작은 협력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는 게 현명하다.

가장 간단한 건 정보 공유다. 정기적으로 만나 각자의 활동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마주한 이슈를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력 가능성이 보인다.

다음 단계는 공동 이벤트다. 세미나, 워크숍, 캠페인 같은 일회성 행사를 함께 기획해본다. 준비 과정에서 각 조직의 업무 방식을 이해하게 되고, 소통 루틴이 만들어진다.

그 다음은 공동 사업이다. 정부나 재단의 공모 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지원한다. 이때는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누가 대표 기관이 되고, 누가 어떤 업무를 맡으며, 예산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사전에 합의한다.

협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나중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목적, 기간, 역할, 재정, 의사결정 방식 등을 문서로 남긴다.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면 더 좋다.

협력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은?

협력이 항상 순탄한 건 아니다. 현실적인 장애물들이 있다.

의사결정 속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 어떤 조직은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고, 어떤 조직은 대표 한 명이 결정한다. 이런 차이를 조율하지 않으면 일정이 계속 밀린다.

조직 문화 차이도 갈등 요인이다. 위계적인 조직과 수평적인 조직이 만나면 회의 방식부터 어긋난다. 한쪽은 공식 보고를 중시하고, 다른 쪽은 비공식 소통을 선호한다.

재정 투명성 문제도 민감하다. 공동 사업비를 집행할 때, 각 조직의 지출 내역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 합의가 필요하다. 불투명하면 의심이 생기고, 과도하게 투명하면 부담스럽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소통이 답이다. 월 1회 정도는 대면 회의를 하고, 주간 단위로는 온라인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시 논의하고, 미루지 않는다.

성공적인 협력 사례는?

부산의 한 지역에서는 5개 사회적기업이 연합해 공동 브랜드를 만들었다. 각자 다른 제품을 생산하지만, 하나의 브랜드 아래 묶어 마케팅했다. 홍보비가 줄었고, 소비자 인지도는 올랐다. 온라인 쇼핑몰도 공동 운영해 물류비를 30% 절감했다.

서울의 청소년 지원 조직들은 자원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담실, 교육 공간, 사무 기기 등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각 조직이 따로 공간을 임대하는 대신, 필요할 때만 사용해 임대료 부담을 줄였다.

전국 단위의 협동조합 네트워크는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별 조합이 강사를 초빙하면 비용이 크지만, 네트워크 차원에서 한꺼번에 교육을 진행하면 단가가 내려간다. 참가자들은 다른 조합의 사례도 배울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협력을 지속하려면?

초기 열정만으로는 협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정기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든다. 분기마다 협력의 성과를 점검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잘된 점은 강화하고, 문제는 빨리 해결한다.

둘째, 새로운 조직을 영입한다. 기존 멤버만으로는 관성에 빠지기 쉽다. 신규 조직이 들어오면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가 생긴다. 다만 너무 많이 늘리면 관리가 어려우니, 적정 규모를 유지한다.

셋째, 성과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협력을 통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비용 절감액, 수혜자 수, 미디어 노출 횟수 등을 정리해 참여 조직에 보고한다.

넷째, 갈등 해결 메커니즘을 마련한다. 의견 차이가 생겼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할 사람이나 기구를 정해둔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

협력이 만드는 변화

개별 조직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협력은 그 이상의 효과를 낸다. 문제 해결 방식이 달라진다. 혼자서는 증상만 완화하던 일을, 협력하면 구조적 원인까지 다룰 수 있다.

사회적 영향력도 커진다. 정책 제안을 할 때, 단일 조직의 목소리보다 여러 조직이 연합한 의견이 더 무게감 있다. 언론도 더 주목한다.

조직 구성원의 성장도 빠르다. 다른 조직의 노하우를 직접 보고 배운다. 네트워킹을 통해 커리어 기회도 넓어진다.

결국 협력은 생존 전략이자 성장 전략이다. 혼자 고군분투하기보다, 함께 나아가는 쪽이 지속가능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라면, 협력이야말로 그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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